[귀멸의 칼날] 2019 공전의 히트작 애니메이션 추천
우연찮게 애니를 틀었다가 원작 만화까지 정주행한 만화. 그만큼 강렬한 흡입력을 강한 [귀멸의 칼날]은 오니를 주요 소재로 한다. 오니는 일본의 도깨비로, 흥과 놀이를 좋아하고 기분이 내키면 인간에게 보물도 내어주는 우리나라의 기분파 도깨비와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 오니는 인간을 사냥하고 살해하고 잡아먹기까지는 포악한 요괴다. [귀멸의 칼날에서 이 오니의 설정은 서양의 뱀파이어와 비슷. 인간의 피를 주식으로 하고, 빛에 노출되면 그 즉시 잿가루가 되어 소멸한다는 점이 같다. [귀멸의 칼날]에서 오니의 역사는 대략 천 년이다. 천 년 전 어느 의사에 의해 무잔이라는 인물이 처음 오니화된 것이 시작이다. 무잔에게 물린 인간들이 그를 따라 오니가 되고 힘을 이어받아 막강을 세력을 이루었다. 오니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탄생한 반대 세력이 바로 귀멸대다. [귀멸의 칼날]의 칼날은 순수 악인 오니와 이에 맞서는 귀멸대의 투쟁을 그린 활극이다.
[귀멸의 칼날]은 다이쇼 시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서력으로 1912년부터 1926년 일본이 한창 산업화와 제국주의에 열을 올릴 시기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과 동떨어진 어느 깊은 산골,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는 숯을 파는 일로 어머니와 귀여운 동생들을 부양하며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가족에게 비극이 찾아온다. 탄지로가 숯을 팔러 집을 비운 날 밤, 집에 오니가 쳐들어와 남은 가족을 몰살한 것이다. 이튿날 아침에 집에 도착한 탄지로는 살해 현장을 보고 패닉에 빠진다. 다행히 여동생 네즈코는 숨이 붙어 있었으나 오니화가 진행 중이어서 오빠를 알아보지 못하고 해하려 했다. 그러나 탄지로는 네즈코를 포기하지 않았다. 네즈코가 인간이든 오니든 탄지로에게 네즈코는 사랑하는 동생일 뿐이었다. 탄지로는 네즈코를 업고 발이 푹푹 빠질 만큼 눈이 쌓인 깊은 산길을 걸어 의원을 찾아간다. 그러던 중에 탄지로 가족을 몰살한 오니를 추적해 온 귀멸대 지주인 기유를 만나게 되고, 그 만남을 인연으로 탄지로는 귀멸대가 되어, 오니를 섬멸하기 위해, 네즈코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신선한 스토리와 개성 있는 등장인물, 고 퀄리티의 BGM과 OST 그리고 무엇보다 유려한 작화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수묵화처럼 정적이고 아름답게 묘사되는 자연, 그리고 2D와 3D를 절묘하게 배합한 극강의 액션 연출이 두 눈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특징은 1화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난다. 느리고 슬픈 BGM이 깔리는 가운데 기유가 오니화한 네즈코를 안은 탄지로에게 검을 내지를 때, 단호한 검술에 실린 살기를 휘날리는 눈보라와 바람 소리로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에 넋을 잃고 몇 번이나 돌려봤다. 이 장면은 시작이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생략.
[귀멸의 칼날]은 <유포터블>이 제작했다. 작은 규모에도 작화에서부터, 원화, 동화, 배경은 물론 사운드, 3D, 3G와 배급까지도 자회사가 맡아 애니메이션 작업의 시작과 끝을 일관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과 역량을 가진 회사다. 이처럼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커버할 수 있는 회사는 애니메이션 왕국인 일분 내에서도 극히 소수다. 이러한 시스템과 구조 덕에 <유포터블>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원작의 스토리와 <유포터블>의 조합에 힘입어 [귀멸의 칼날]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원작은 애니화 전까지 일본 본토에서도 마이너였는데, 애니화 되고 나서 유명세를 얻었다. 애니 방영 후 8개월 만에 원작 만화 총 발행수가 2500만 부를 넘겼다. 원작과 애니의 수익을 합하면 20년째 연재 중인 원피스를 넘겼다. 흥행뿐만 아니라 여러 애니메이션 어워드 각 부분에서 많은 상을 휩쓸고 2020 도쿄 애니메이션 어워드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작품성까지도 인정받았다. 개인적으로는 2019-2020 최고의 애니메이션. 아직 1기 26편까지 출시되었고, 본편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극장판 [무한열차]가 상반기 중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가오는 주말 훌륭한 킬링타임용이면서 재미와 감동까지 갖춘 애니를 찾고 있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