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망했다. 왜 그리 일만 하고 살았을꼬?"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뚝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
현생은 망했다 싶지만, 친한 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살길을 도모한다.
그런데 소피의 불어 선생님 '영'이 누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러운 남자까지 등장!
새로 이사간 집주인 할머니도 정이 넘쳐흐른다.
평생 일복만 터져왔는데, 영화를 그만두니 전에 없던 '복'도 들어오는 걸까?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김초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김 감독은 프랑스 파리 1 대학에서 영화 이론을 전공했다. <겨울의 피아니스트>(2011), <우리순이>(2013), <산나물 처녀>(2016) 등의 단편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첫 장편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지난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조합상,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어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국내 수상에 그치지 않고 해외 영화제에까지 초청되고 있다. 3월에는 15회 오사카아시안영화제 경쟁부문에, 4월에는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제22회 우디네극동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돼 해외 관객들과 첫 만남을 갖는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나이 사십에 실업자가 된 찬실의 현생 극복기이다. 잔실이는 영화가 좋아 영화를 시작해 영화에 순정을 바친 인물이다. 복도 많은 찬실이는 지지리도 복도 없지. 야심 차게 준비하던 영화가 연출자의 급상사로 엎어져 영화 시작부터 찬실이는 순식간에 실업자가 된다. 자신의 전부였던 영화를 잃고 나니 나이 마흔에 남는 게 없다. 모태 솔로라 애인도 없어, 통장에 남은 돈도 없어, 당연히 할 일도 없다. 영화를 꿈꾸었던 나날은 일장춘몽이 되었다.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야 보이는 풍경이 있다. 나락으로 떨어질 듯한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며 어떻게든 돌부리를 부여잡고 위로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쓸 때는 겪지 못한 감정이 있다. 그러다 더는 견디지 못하고 막상 다 잃고 나면 더 잃을 게 없어 속이 후련해지고, 그전까진 보이지 않던 풍경과 존재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닥에 떨어지고 나면 선택은 의외로 간결하다. 그대로 쓰러져 있거나,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거나.
찬실이도 삶이 바닥을 치자 새로 생겨나는 게 있다. 그토록 쫓아다니던 영화에 가려 보이지 않던 동료가, 이웃이, 남자가, 심지어 유령까지 찬실의 마음을 채운다. 꿈을 잃으니 복이 오고, 영화를 놓으니 사람이 보이는 아이러니. 이게 인생이지. 짓궂은.
김초희 감독은 영화를 만든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삶의 위기는 늘 느닷없이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미리 알 수 있어 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진작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는 뒤엉켜버린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 보지만, 가끔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질 때도 있다. 과연 슬기롭게 헤쳐나갈 길은 없는 걸까? 다시 용기를 내고, 희망을 꿈꾸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살다 보면 자주 사람 발에 걸려 넘어진다. 나도 누군가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도 한다. 그렇게 넘어지면 누군가 손을 내민다. 내가 손을 내밀기도 한다. 전에 넘어뜨린 사람에 대한 죄의식 때문일까. 아무튼 사람 손을 잡고 일어나 우리는 걸어간다. 다시 걸려 넘어질 때까지. 자신의 전부였던 영화를 잃은 찬실도 사람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난다. 영화로 알게 된 사람들이다. 영화 현장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는 배우 소피는 묻고 따지지도 않고 찬실을 가사도우미로 들이고, 소피의 불어 교사인 김영은 모태솔로의 찬실의 가슴을 데워주고, 유령 장국영은 위로를 준다. 전세방 할머니는 찬실을 살뜰히 챙겨준다. 일은 잃었지만 사람이 많은 찬실은 "다시 용기를 내고, 희망을 꿈꾸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사태로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복도 많은 찬실이 흥행복도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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